주말하루 5~6명 사후피임약 찾아 … 처방전은 1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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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문화센터 댓글 0건 조회 11,066회 작성일 12-03-29 10:05본문
남학생, 女약사에게 울먹이며 "피임약 사야…"
중앙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2-03-29 03:02 최종수정 2012-03-29 08:11
27일 오후 6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전철역 뒷골목.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모텔이 빼곡하다. 해가 넘어가지 않은 시간인데도 백팩을 멘 젊은 남녀 한 쌍이 모텔로 들어간다. 신촌은 서울에서 사후(응급)피임약이 많이 팔리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모텔 주변의 A약국에는 27~28일 4명의 여성이 사후피임약을 사 갔다. 27일 저녁에 2명, 28일 낮에 2명이었다. 넷 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들고 왔다. 평일이라서 처방받기가 쉬웠다.
토요일인 24일에는 사정이 달랐다. 그날 저녁에 A약국으로 여대생으로 보이는 여성이 들어왔다. “사후피임약을 사고 싶다”고 했다. 처방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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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모(45·여) 약사는 “처방전이 필요하다”고 돌려보냈다. 그 여성은 다시 오지 않았다. 정 약사는 “토요일에는 오후 8시까지 영업하는데 주말에는 하루에 5~6명이 처방전 없이 사후피임약을 찾는다”며 “보통 10~20% 정도만 처방전을 갖고 다시 온다”고 말했다.
사후피임약은 2001년 11월 국내에 첫선을 보일 때부터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됐다. 주중에는 병원을 찾아 처방전을 받기가 쉽다. 병원 문을 닫는 주말이 문제다. 특히 10대는 처방전을 받아야 하는지 몰라 그냥 약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도 수원의 한 약사는 “일요일이나 공휴일 아침에 가장 많이 찾는데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고 하면 ‘그냥 달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후피임약은 성관계 후 72시간 내에 먹어야 하되 빠를수록 효과가 좋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약국에는 1월 설 연휴에 남자 대학생이 찾아왔다. 처방전을 요구하자 그 학생은 울먹이며 “사후피임약을 사야 하는데 문을 연 병원도 없고, 문 연 약국을 찾아 서너 시간을 걸어왔다”며 간청했다. 이 약국 약사(69·여)가 “성관계 한 지 얼마나 됐느냐”고 물었더니 “72시간이 거의 다 됐다”고 말했다. 이 약사도 마음이 급해졌다. 일단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받고 약을 줬다. 처방전은 연휴 직후 받아 오는 ‘편법’을 썼다.
10대 여학생이 병원을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서울의 한 고2 여학생은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했는데 배란 날짜와 겹쳤다. 그 학생은 “혼자 산부인과를 가기 무섭고 남자친구한테 말을 하자니 그렇고, 부모님께 말하기도 힘들다”고 고민을 호소했다. 산부인과에 사후피임약 처방 기록이 남는다는 점, 처방받으러 휴일의 응급실에 가기 쉽지 않다는 점도 미혼 여성들이 사후피임약을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다.
약을 못 구하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게 되고 낙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20대 여성 K씨는 “처방전을 받기 힘들어 사후피임약을 포기했는데 다행히 임신하지 않았다. 만약 임신했다면 낙태를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부터 낙태 단속이 강화되면서 인터넷에서 불법 낙태약을 구입해 사용하기도 한다. 미혼모 신분으로 애를 낳아 기르기도 여건이 좋지 않다. 일부 양육비가 나오지만 복지제도가 허술해 입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젊은 층은 사후피임약을 일반약(비처방약)으로 바꾸자는 데 찬성하는 사람이 많다. 27일 저녁 신촌 거리에서 만난 대학원생 김모(26)씨는 “콘돔이 있다고 성관계가 더 문란해지지 않듯이 사후피임약도 마찬가지다. 성인인데 알아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대생 이모(23)씨는 “사후피임약이 처방전 없는 일반약으로 바뀌면 남자들이 오히려 피임을 하지 않으려 들 것이고 여자들 몸에 탈이 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사후(응급)피임약=성관계 후 72시간 내에 복용하면 약품 내 호르몬이 배란을 억제하거나 수정을 교란해 임신을 막는다. 호르몬 함량이 사전피임약의 10배에 달해 구토·매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며 현대약품 ‘노레보’와 한국쉐링 ‘포스티노’ 등이 있다. 건강보험이 안 되며 1만5000~3만원이다. 한 해에 30억~40억원어치가 팔린다
중앙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2-03-29 03:02 최종수정 2012-03-29 08:11
27일 오후 6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전철역 뒷골목.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모텔이 빼곡하다. 해가 넘어가지 않은 시간인데도 백팩을 멘 젊은 남녀 한 쌍이 모텔로 들어간다. 신촌은 서울에서 사후(응급)피임약이 많이 팔리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모텔 주변의 A약국에는 27~28일 4명의 여성이 사후피임약을 사 갔다. 27일 저녁에 2명, 28일 낮에 2명이었다. 넷 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들고 왔다. 평일이라서 처방받기가 쉬웠다.
토요일인 24일에는 사정이 달랐다. 그날 저녁에 A약국으로 여대생으로 보이는 여성이 들어왔다. “사후피임약을 사고 싶다”고 했다. 처방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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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모(45·여) 약사는 “처방전이 필요하다”고 돌려보냈다. 그 여성은 다시 오지 않았다. 정 약사는 “토요일에는 오후 8시까지 영업하는데 주말에는 하루에 5~6명이 처방전 없이 사후피임약을 찾는다”며 “보통 10~20% 정도만 처방전을 갖고 다시 온다”고 말했다.
사후피임약은 2001년 11월 국내에 첫선을 보일 때부터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됐다. 주중에는 병원을 찾아 처방전을 받기가 쉽다. 병원 문을 닫는 주말이 문제다. 특히 10대는 처방전을 받아야 하는지 몰라 그냥 약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도 수원의 한 약사는 “일요일이나 공휴일 아침에 가장 많이 찾는데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고 하면 ‘그냥 달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후피임약은 성관계 후 72시간 내에 먹어야 하되 빠를수록 효과가 좋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약국에는 1월 설 연휴에 남자 대학생이 찾아왔다. 처방전을 요구하자 그 학생은 울먹이며 “사후피임약을 사야 하는데 문을 연 병원도 없고, 문 연 약국을 찾아 서너 시간을 걸어왔다”며 간청했다. 이 약국 약사(69·여)가 “성관계 한 지 얼마나 됐느냐”고 물었더니 “72시간이 거의 다 됐다”고 말했다. 이 약사도 마음이 급해졌다. 일단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받고 약을 줬다. 처방전은 연휴 직후 받아 오는 ‘편법’을 썼다.
10대 여학생이 병원을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서울의 한 고2 여학생은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했는데 배란 날짜와 겹쳤다. 그 학생은 “혼자 산부인과를 가기 무섭고 남자친구한테 말을 하자니 그렇고, 부모님께 말하기도 힘들다”고 고민을 호소했다. 산부인과에 사후피임약 처방 기록이 남는다는 점, 처방받으러 휴일의 응급실에 가기 쉽지 않다는 점도 미혼 여성들이 사후피임약을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다.
약을 못 구하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게 되고 낙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20대 여성 K씨는 “처방전을 받기 힘들어 사후피임약을 포기했는데 다행히 임신하지 않았다. 만약 임신했다면 낙태를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부터 낙태 단속이 강화되면서 인터넷에서 불법 낙태약을 구입해 사용하기도 한다. 미혼모 신분으로 애를 낳아 기르기도 여건이 좋지 않다. 일부 양육비가 나오지만 복지제도가 허술해 입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젊은 층은 사후피임약을 일반약(비처방약)으로 바꾸자는 데 찬성하는 사람이 많다. 27일 저녁 신촌 거리에서 만난 대학원생 김모(26)씨는 “콘돔이 있다고 성관계가 더 문란해지지 않듯이 사후피임약도 마찬가지다. 성인인데 알아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대생 이모(23)씨는 “사후피임약이 처방전 없는 일반약으로 바뀌면 남자들이 오히려 피임을 하지 않으려 들 것이고 여자들 몸에 탈이 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사후(응급)피임약=성관계 후 72시간 내에 복용하면 약품 내 호르몬이 배란을 억제하거나 수정을 교란해 임신을 막는다. 호르몬 함량이 사전피임약의 10배에 달해 구토·매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며 현대약품 ‘노레보’와 한국쉐링 ‘포스티노’ 등이 있다. 건강보험이 안 되며 1만5000~3만원이다. 한 해에 30억~40억원어치가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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