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인류의 희망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자들이 그렇게 죽어갔다
비록 한참 전 금제가 모두 사라졌음에도 무영은 사람을 죽이는 데 더 이상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어울리며 살아가기엔 너무 먼 길을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 길도 이제는 끝이었다
무영은 고개를 들었다
이런 하늘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겠군
가만히 올려다본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맑았다
그래 맑았다
맑아서 너무 맑아서
죽는 게 아쉬웠다
마지막은 웃으며 죽고자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무영은 울었다
눈물을 흘렸다
사실은 이러고 싶지 않았다
모두를 죽였다
그러는 게 바른 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죽음에 아무런 가책도 못 느끼는 이런 자신이 무영은 너무나도 싫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바뀔 수 있을까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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